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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2종 소형 면허 취득하기

KimHongsu 2017. 3. 28. 00:05

2종소형 면허 취득하기 (1)


동남아 여행을 가면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이동이 매우 불편한 곳들이 많다. 내가 처음 오토바이를 타본 곳은 인도네시아 발리였다. 대림 씨티백 디자인의 100cc 오토바이였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호텔 마당을 몇 바퀴 돌아보고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길로 나갔다. 자전거를 탈 줄 알면 손쉽게 운전이 가능했고, 그 이후로 발리와 롬복을 오토바이로 여행하면서 오토바이가 내 몸 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태국, 라오스 등지를 갈 때에도 필요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오토바이를 빌려 타곤 했다.


한국에서는 1종보통, 2종보통 면허증으로 125cc 미만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가능하지만, 국제운전면허증에서 이륜차 운전이 가능하다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로 2종소형 면허를 따야 한다.

오토바이 125cc 미만은 원동기 면허, 125cc 이상은 2종소형 면허이다.


2년 전 2종소형 면허를 따기 위해 미리 인터넷접수를 한 후에 서부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이미 1종보통 운전면허가 있었기 때문에 신체검사와 필기시험은 면제되었고, 7,500원의 실기시험비만 내고 시험을 치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2종소형 면허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들어왔기 때문에 전날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 실기 요령을 이미지 트레이닝하였다.

문제는 클러치였다. 2종소형 시험은 250cc 미라쥬로 시험을 보는데, 왼손에 클러치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스로틀과 클러치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게 된다. 또, 클러치를 잡은 상황에서 스로트을 돌려 엔진이 과하게 헛도는 상황에서 클러치를 빠르게 놓으면 오토바이가 튕겨 나가게 된다.

면허시험장의 첫 코스는 대부분의 굴절 코스이다. 90도 직각의 코스를 연속하여 두 번 지나는 곳인데, 대부분의 탈락자들이 이곳에서 떨어지게 된다.


마의 코스이다. 시험 보는 사람들의 80%는 여기서 다 떨어진다. 퀵배달 하시는 분도 퀵오토바이 타고 오셔서 이 코스에서 떨어지고는 다시 그 오토바이 타고 돌아가신다. 시험 접수증 뒷면의 영수필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재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맨날 면허시험장에서 서로 만나기 때문에 인사도 나누고, 시험통제사하고도 통성명을 한다. 그렇게 해도 굴절 코스에서 10초만에 탈락하고 집에 간다.


미라쥬 위에 앉았는데 아메리칸 스타일에서 오는 자세와 더불어 오토바이의 무게가 확 와닿았다. 이렇게 무거운 오토바이를 한 번도 안타봤는데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클러치와 스로틀을 조작하지 못해서 출발을 못하고 있으니 통제사 분께서 한 말씀 하신다.

"답이 없네요..."

그 뒷말에 '쯧쯧'도 들리는 듯 했다. 출발과 동시에 코너를 꺾다가 자빠질 뻔 했다. 탈락!

5초만에 떨어진 것 같다. 너무도 부끄러웠다. 연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2종소형 면허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어떻게 하면 손쉽게 2종소형을 딸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모든 사람들의 추천은 학원이었다. 2종소형은 많지는 않지만 가능한 전문운전면허학원이 있고, 이곳에서는 좀 더 타기 편리한 코멧이라는 오토바이로 연습을 하고, 그 오토바이로 면허 시험까지 치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면허를 따게 된다. 자동차 전문운전면허학원과 동일한 개념이다.


세곡동에 있는 삼일 자동차 운전 전문학원에 문의를 했더니 2종소형 교육비가 31만원 정도였고, 시험비가 3만원 정도였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저렴하게 학원을 갈 수 없는지 확인하던 중 원동기면허를 발견하였다. 원동기는 면허는 125cc 오토바이를 위한 면허다. 1종보통, 2종보통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딸 필요가 없는데 원동기 면허를 소지할 경우 학원비가 17만원이란다.

뽐뿌의 글을 보니 2종소형을 따는 가장 빠르고, 가장 편리한 방법이 원동기 면허를 딴 후에 전문학원을 가는 것이라고 한다.

오예~ 그래! 바로 이거야!

원동기를 먼저 딴 후에 전문학원에 가기로 하고, 인터넷 시험 접수를 하려고 했는데 필기 시험 합격자만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엥?

도로교통공단에 문의해보니 1종보통 면허 소지자라도 원동기 면허만은 신체검사와 필기시험을 모두 합격해야만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아니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어디에 있나. 2종소형은 다 면제해주는데 그보다 낮은 급의 원동기 면허는 모든 시험을 다시 치뤄야 한다니.

불합리한 제도임에도 어쩔 수 없이 서부면허시험장에 방문하여 신체검사와 필기시험을 치뤘다. 증명사진 3장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챙겼는데 결론적으로 최종 면허를 발급받지 못하는 날에는 2장만 필요하다. 그래도 나는 3장을 챙겼다.

신체검사는 시력 검사만 하고 5,000원을 받아갔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한쪽 눈을 가렸기에 코를 베인 듯 하다. 순간은 빨랐고 나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필기시험은 예전 필기시험이랑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선 정해진 필기시험 시간이 없고, PC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응시표를 보여주면 자리를 지정해주고, 내가 봐야하는 필기시험을 컴퓨터로 진행한다. 결과는 바로 나왔다. 원동기 면허는 무려 O/X 문제였기 때문에 40문제를 도덕 문제 푸는 느낌으로 풀어나갔고, 90점 이상으로 무사 통과했다.

원동기 면허시험은 5,000원이고, 2종소형은 7,500원인데, 접수 시 원동기 면허라고 속삭이듯 말씀드렸음에도 7,500원으로 결제해주시고는 응시표 뒷장에 7,500원 영수필을 떡하니 붙여주셨다.

"저...저... 원동기는 오천원이지 않나요?"라고 여쭤보니

"네? 원동기요?"라고 호탕하게 다시 물어보시고는 카드 취소와 함께 5,000원으로 다시 붙여주셨다.

내가 뒤돌면 마치 '자~ 원동기 출발!'이라고 격려해주실 것 같았다.

시험 시간은 15:30이었고, 그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합격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터라 여자친구는 2시간 거리에서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고는 서부면허시험장으로 오는 터였다.

근처 망원시장에 가서 2,500원짜리 칼국수를 잘근잘근 씹어먹고, 500원짜리 고로케와 꽈배기를 꾸역꾸역 먹으면서 굴절 코스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하였고,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시험 준비가 완료되었다.

자전거만 탈 줄 알면 누구나 붙는다는 원동기 면허였다. 자전거를 안타본지 몇 년 되었지만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 그러므로 나는 원동기 면허를 통과하게 될 것이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외부인 출입금지, 응시생만'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오잉? 털썩.

여자친구는 시험장 통제문 앞에 세워두고, 손을 흔들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여자친구는 수능 날 문 앞에서 배웅 해주셨던 어머님의 그림자와 겹쳐 보였다.

시험장 건물에 들어서니 30명 정도의 남자들이 득실대고 있었고,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아라이 옷을 입은 한 무리는 오토바이 좀 타는 젊은이들 같았고, 퀵배달 조끼와 이어폰을 꽂은 아저씨도 있었다.

전체 시험 시간은 1시간인데 2종 소형을 마친 후 원동기를 본다고 했다. 2종 소형 응시인원은 25명이고, 원동기는 4명인데 한참을 기다려야 마지막으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예상과 같게 모두들 떨어졌다. 모두들 우수수 굴절에서 떨어졌다. 평균 10초를 달린 듯 하다. 25명 중에 3명이 합격했고 22명은 3일 후에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원동기 시험을 보는데 내 앞에 두 명 중 한 명은 합격을 했고, 한 명은 떨어졌다. 둘다 굴절코스는 통과했다. 나도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기어를 2단에 놓고 천천히 출발시켜서 코너를 도는데 어어어 앞바퀴가 선을 넘어버렸다. 머릿 속이 하얘졌다. 다음 90도 굴절은 꼭 통과해야 했다. 2종 소형이던 원동기던 90점 미만은 불합격이었고, 대부분의 실수는 10점 감점이다. 다음 코너를 도는데 오토바이가 또 나가버렸다. 앗! 앗! 어떻게 된거지. 또 넘어버렸다.

대실패. 자전거로라도 연습을 해야할 걸 그랬나?

여자친구도 먼 길을 달려왔는데 이걸 뭐라해야할지 몰랐다. 끝없는 쪽팔림. 응시표를 받아서는 나오는데 저 멀리 여자친구가 펜스 뒤 벤치에 올라가 긴 목을 빼고 쳐다보고 있었다.

다 봤다.


필요도 없는 신체검사 5,000원

필요도 없는 필기시험 5,000원

실기시험 6,500원


불!합!격!즐!


16,500원과 하루를 소비하고 불합격하였다. 집에 와서 고민에 빠졌다. 연습이 부족했다.

학원으로 갈 것인가?

미라쥬 250을 사서 연습한 후 다시 팔아버릴까?

다시 원동기시험을 봐야할까?


세 가지 옵션을 두고 고민하고, 관련 정보를 보던 차에 목동김기사를 찾았다. 야매 강습 해주시는 분인데 2시간에 7만원이란다. 그래! 이거야! 짜라짜짜~

70,000원 + 7,500원 시험료만 있으면 나는 2종소형 전문가다.

그리고 인터넷을 더 검색하다가 남양주시에 있는 또다른 연습장을 찾았다. 네이버 카페에서 미라쥬 렌트로 검색하면 나온다. 여기는 3시간에 8만원. 떨어지고 다시 오면 3시간에 5만원이란다. 오홍. 좋은데~

6호선 월곡역에서 11:20에 픽업해주고, 3시간 연습 후 도봉면허시험장으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예약비 만원을 입금한 후 3일 뒤 날짜로 예약하였다. 예약과 동시에 도봉면허시험장으로 인터넷 접수를 하였다. 15:50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그 날이 내일이다. 기대된다. 주말 동안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보았고, 카운터 스티어링이라는 핸들링을 알게 되었다.

코너링을 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약간 눕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핸들을 코너 반대방향으로 잠깐 밀어서 오토바이를 눕힌 후 스로틀을 개방하면서 핸들을 코너쪽으로 돌리면서 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속에서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굴절코스의 키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내일 3시간 동안 연습해보고 2탄을 작성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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